입국만 하면 끝?
국제결혼의 진짜 승부는 입국 후 1년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늘 신기하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많은 남성 회원님들이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데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을 보내십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을 하고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그 긴 고민의 시간을 잊으신 것처럼 결과가 바로 나오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또 하나. 결혼의 각 단계를 대하는 무게가, 제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회원님이 생각하는 힘의 배분, 제가 권하는 힘의 배분
국제결혼, 어디에 힘을 쏟아야 할까
15%라고 해서 결혼 상대를 고르는 일이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택은 많은 힘보다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일이고, 그 기준은 지난 글 「나에게 맞는 국제결혼 국가 찾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반면 입국 후 1년은 매일의 시간과 체력, 마음이 쉬지 않고 들어가는 시기라 가장 많은 힘을 남겨두셔야 합니다.
처음 결혼하시는 많은 분들은 결혼 준비에 가장 큰 힘을 쏟고, 신부님이 입국하고 나면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십니다. 저는 정반대입니다. 신부님이 한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은 제가 두 번의 결혼과 현장에서 수많은 부부를 지켜보며 얻은 신념입니다.
"입국만 하면 끝"이라는 착각
결혼식을 올리고 신부님이 입국하기까지의 몇 개월 동안, 많은 회원님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십니다.
- 매달 현지로 신부님을 만나러 가시는 분
- 잠을 줄여가며 매일 밤늦게까지 연락하시는 분
- 없는 특근을 만들고, 모아둔 돈을 끌어와 선물과 경비를 마련하시는 분
그야말로 "무엇이든 다 해줄 것처럼" 온 마음과 에너지를 쏟으십니다. 그 마음은 정말 귀합니다. 다만 그 밑에는 "어떻게든 입국만 하면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회원님들이 현지로 신부님을 만나러 가실 때를 떠올려 보세요. 3박 4일 일정 중 단 하루라도 여성분이 나에게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으면, 저에게 이런 연락이 옵니다.
💬 "혹시 저를 돈으로만 보는 건 아닐까요?"
단 하루의 무관심에도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십니다. 그렇다면 가족도 친구도 없이 한국에 온 신부님은 어떨까요?
6개월, 평범한 40대 직장인의 한계
국제결혼을 하시는 회원님들은 대부분 4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매달 현지를 오가고, 잠을 줄이고, 특근에 모아둔 돈까지 끌어오는 생활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현실적으로 6개월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6개월이 끝나는 시점이 바로 신부님이 입국하는 시점입니다.
초반에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은 남편에게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번아웃이 찾아옵니다.
같은 집, 서로 다른 꿈
신부님이 입국하면 남편과 아내는 같은 집에 살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편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에 왔으니 마음은 다 얻었다. 그동안 쓴 돈도 메우고, 휴가 쓴 만큼 일도 해야 한다.
이제 아이 계획도 세워야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은 더 많아지고, 여유는 더 없어집니다.
아내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짧은 기간에 결혼을 결정하면서 걱정도 많았고 망설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 사람과 잘 살아보려고 마음을 열고, 가족과 친구를 두고 한국에 왔다."
그런데 한국에 오자마자 마주한 현실은 이렇습니다.
- 평일에는 남편이 바빠 데이트는커녕 대화할 시간도 부족합니다.
- 토요일 하루 함께 나가고, 일요일은 월요일 출근을 위해 집에서 쉽니다.
- 결국 일주일 중 6일을 아파트 안에서 혼자 보냅니다.
흔히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하죠. 남편에게 악의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지치고 바빠서 어쩔 수 없이 아내를 혼자 두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그 이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텅 빈 집과, 나를 두고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뿐입니다.
저는 이 모습이 참 마음 아픕니다. 우리도 낯선 나라로 일주일만 출장을 가도 말이 안 통해 답답하고 한국 음식이 그리워집니다. 그런데 신부님들은 나이 차이도 있는 남편 한 사람을 믿고, 가족과 친구를 두고 먼 나라에 오셨습니다. 그 신부님이 하루 종일 창밖만 보며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혼은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힘의 70%를 입국 후 1년에 남겨두시라는 겁니다
입국 전에도, 입국 후에도 똑같이 최선을 다하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 직장인에게는 시간도, 체력도, 돈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원님들께 이렇게 권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힘을 쏟지 마시고, 70%는 신부님이 입국한 뒤 첫 1년을 위해 아껴두세요.
- 연차와 예산을 남겨두세요. 입국 전에 모두 써버리면, 정작 아내에게 가장 필요한 시기에 줄 것이 없습니다.
- 입국 전에는 "꾸준함"이면 충분합니다. 매일 밤을 새우는 연락보다, 짧아도 매일 거르지 않는 연락이 더 오래갑니다.
- 평일 저녁 30분이라도 함께 동네를 걷고, 마트에 가고, 이야기를 나누세요. 거창한 데이트보다 매일의 작은 시간이 아내를 버티게 합니다.
- 주말 하루는 온전히 아내를 위해 비워두세요. 한국의 계절과 거리를 함께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 아내에게 남편 말고도 기댈 곳을 만들어 주세요. 지역 가족센터의 한국어 교육과 프로그램에서 같은 처지의 친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크게 줄어듭니다.
첫 1년에 만들어진 부부의 습관은 앞으로 10년, 20년을 그대로 갑니다. 이 1년을 함께 잘 넘긴 부부는 그다음이 훨씬 수월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식 이후를 더 가까이 지켜봅니다
저는 입국 후 1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 시기에 가장 집중해서 두 분을 지켜봅니다. 결혼식까지만 함께하고 손을 뗀다면, 제 일의 30%만 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식 사진은 하루 만에 찍지만, 행복한 부부의 모습은 1년, 10년, 20년에 걸쳐 만들어집니다. 오래 고민하고 어렵게 내린 결정인 만큼, 결혼식이 아니라 그다음의 삶에 마음을 쏟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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