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상대를 보는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원하시는 이상형을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 "성실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 "가정적인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모두 충분히 공감되는 기준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말을 들으면 꼭 한 가지를 되묻습니다. "회원님이 생각하시는 그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국제결혼에서 부부가 가장 자주 부딪히는 건 음식이나 종교처럼 눈에 띄는 차이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말을 쓰면서, 서로 전혀 다른 기준을 떠올리는 순간입니다. 오늘은 그중 가장 이해하기 쉬운 '깔끔함'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의 "깔끔함", 라오스의 "깔끔함"
"깔끔하다"는 말은 한국에서도, 라오스에서도 똑같이 칭찬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를 깔끔하다고 느끼는지는 자라온 나라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 따라 전혀 다릅니다.
🇱🇦 그런데 라오스에서 "나는 깔끔한 편이에요"라고 말하는 여성분의 기준은, 며칠에 한 번 청소하고 물건은 제자리가 아니더라도 가지런히만 놓여 있으면 충분히 깔끔한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를 며칠에 한 번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핵심은 같은 "깔끔하다"는 말 안에 담긴 기준이 나라마다 이만큼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당연한 기준이 라오스에서는 조금 유난스러운 기준일 수 있고, 라오스에서 충분한 기준이 한국 남편 눈에는 덜 치운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문화가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어느 쪽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내는 자기 기준으로 분명히 깔끔한 사람이고, 남편도 괜한 트집을 잡는 게 아닙니다. 머릿속의 "깔끔함"이 서로 달랐을 뿐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결혼하면 남편은 "깔끔하다더니 속았다"며 서운해합니다. 아내는 "열심히 치웠는데 왜 화를 내지?" 하고 상처를 받습니다. 둘 다 잘못한 게 없는데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깔끔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깔끔함을 예로 든 것은 가장 눈에 잘 보이기 때문일 뿐입니다. 이상형을 표현하는 거의 모든 단어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 성실하다 —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맡은 일을 약속한 만큼 꾸준히 해내는 사람일까요?
- 가정적이다 — 집안일과 살림을 잘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까요?
- 부모님께 잘한다 — 명절에 찾아뵙는 정도일까요, 아니면 매달 생활비를 보내고 가까이에서 모시는 것일까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회원님이 떠올리는 답과,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신부님이 떠올리는 답은 같은 단어인데도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보다, 말은 통했는데 기준이 달라서 생기는 오해가 훨씬 알아차리기 어렵고 오래갑니다.
제가 직접 겪은 "저축"의 기준 차이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 차이를 머리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몸으로 깨달은 건 라오스에서 첫 결혼을 했을 때, "저축" 때문이었습니다.
"돈을 잘 모으는 사람"이라는 말도 한국과 라오스에서 떠올리는 모습이 전혀 달랐습니다.
🇱🇦 그런데 제가 겪은 라오스에서 저축은 거의 땅과 금이었습니다. 돈이 모이면 금을 사고, 더 모이면 땅을 사는 것이 가장 당연한 저축이었습니다.
그러니 전 아내 눈에 제 주식 투자는 저축이 아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곳에 돈을 넣는 위험한 일, 심지어 사기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저대로 "왜 이걸 이해하지 못할까" 답답했고, 이 문제로 참 많이 다퉜습니다.
반대로 전 아내가 가장 믿는 저축인 금은, 한국에 와서 팔려고 하니 값을 낮게 쳐줬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이렇습니다.
- 금값은 순도로 정해집니다. 한국 금은방은 순도 각인과 보증서를 보고 값을 매기는데, 외국에서 산 금은 표시 방식이 달라 순도를 그대로 믿어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순도를 보수적으로 낮게 보거나, 따로 감정을 거쳐야 합니다.
- 가짜 금에 대한 경계가 커졌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다른 금속을 섞은 가짜 금이 유통돼 금은방들이 출처를 알기 어려운 금을 더 조심스럽게 매입합니다.
- 살 때 낸 세공비는 돌려받지 못합니다. 반지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는 살 때 세공비와 세금이 붙지만, 팔 때는 금 무게만큼의 값만 받습니다.
라오스에서는 가장 안전한 저축이 한국에서는 손해를 보는 저축이 된 것입니다. 같은 금인데도, 어느 나라에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 셈입니다.
집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구하는 일이 흔하지만,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 라오스에는 없습니다. 전 아내에게는 전세라는 개념부터 낯설었고, 무엇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는 것 자체를 싫어했습니다.
돌아보면, 전 아내의 기준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라오스의 사정을 알고 나니 전 아내의 생각이 이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 은행과 주식이 생활 속에 자리 잡지 않았습니다. 라오스는 금융 계좌를 가진 사람이 인구의 3분의 1 정도에 그칩니다. 라오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도 12곳 정도뿐이라, 주식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낯선 개념입니다.
- 라오스 돈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라오스 화폐인 킵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2023년 2월에는 물가가 1년 사이 41%나 올랐습니다. 은행에 넣어둔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직접 겪은 사람들에게는 금과 땅이 가장 믿을 만한 저축입니다.
- 대출 이자 부담이 큽니다. 라오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2024년에 10.5%까지 올랐습니다. 기준금리가 이 정도이니 실제로 빌리는 돈의 이자는 더 높고, 빚을 지는 것을 꺼리는 게 당연합니다.
전 아내는 돈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나라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방법으로 저축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기준만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깔끔함에서 일어나는 일이, 돈이라는 훨씬 민감한 문제에서 그대로 일어난 것입니다.
기준은 이렇게 잡으세요
1. 이상형을 단어가 아니라 모습으로 말씀해 주세요.
"깔끔한 사람", "성실한 사람"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서로 다른 그림을 떠올립니다.
"청소는 매일, 물건은 제자리에"처럼 내가 기대하는 생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말해야 같은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2. 상대의 기준부터 물어보세요.
상대가 "나는 깔끔해요", "나는 성실해요"라고 하면 "당신에게 그건 어느 정도예요?"라고 물어보세요.
기분 나쁜 질문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질문입니다.
3. 내 기준은 정답이 아니라 "한국의 기준"입니다.
내 기준을 그대로 요구하기보다, 둘이 함께 편한 우리 집의 기준을 새로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훨씬 수월합니다.
이런 작은 기준의 차이는 대부분 신부님이 입국한 뒤, 한집에 살면서 드러납니다. 제가 「입국만 하면 끝? 국제결혼의 진짜 승부는 입국 후 1년입니다」에서 입국 후 1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차이를 첫 결혼에서 아프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상담할 때 결혼 후 생길 수 있는 문화 차이를 꼼꼼하게 미리 설명해 드립니다. 결혼식 날이 아니라 함께 사는 10년, 20년을 위해서입니다.